낭송 향연 206

생각해 봐도 - 임춘식 (낭송-김정환)

생각해 봐도 _ 임춘식 (낭송_김정환), 영상-개울 생각해 봐도 - 임춘식 삶이란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고 나누고 기다리고 반기고 보내는 것 그래 때론 "덕분에" 살고 때론 "때문에" 사는 거지 세월은 작은 미련을 가진 마침표이고 사랑은 희미한 기억 속에 있지만 그래도 옛날은 아름다운 거 삶이란 덕분에 끊임없이 얼굴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는 일상이었지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한 평생 살며 피고 지는 꽃처럼 마음깊이 은미한 향기만 남기고 가라 하네

낭송 향연 2021.01.31

길 - 김기림 (낭송-조영희), (낭송-김윤아), (낭송-정영옥), (낭송-이지희)

길_ 김기림 (낭송_조영희) [윤아의 시테라피] 51회.길- 김기림 詩_ 낭송 김윤아 길 -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혼자 때 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자주 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낭송 향연 2021.01.26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리며 - 정일근 (낭송-우영식)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리며_정일근 (낭송_우영식)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리며 - 정일근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 위해서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린다 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다면 나는 혁명할 것이다 조국에서 내 사랑의 시작은 신기루였고 내 사랑의 끝은 폐허였다 세계는 오래 전부터 하나인데 사랑하는 조국은 여전히 나눠져 있다 21세기의 하나뿐인 분단민족이여 나는 이 이분법이 이제는 지겹다 초원으로 가서 사랑을 하고 싶으니 쇠를 녹이는 끓는 사랑을 하고 칸이 될 수 있는 사내를 낳을 것이다 그 아이에게 내 성씨를 물려주고 네 제국을 만들라 유언할 것이다 고백하자면 반도는 사랑하기에 너무 좁다 북쪽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남쪽에서의 꿈은 꿈마다 숨이 막힌다 칸이 아니면 또 어떠랴 딸이 태어난다면 바람이..

낭송 향연 2021.01.19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낭송-조정숙), (낭송-김태근), (낭송-윤혜정), (낭송-고은하)

모란이 피기까지는_김영랑 낭송_조정숙 (노래 Adagio - 아티스트 Secret Garden)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이 피기까지는 _ 시 _ 김영랑 _ 낭송 _ 김태근 3.1운동, 임시정부수립 101주년 기념 [목숨보다 찬란한 시] 해방 - 시낭송편5 ..

낭송 향연 2021.01.16

파 도 - 임춘식 (낭송-홍성례)

파 도 _임춘식(낭송_홍성례),영상-개울 파 도 - 임춘식 깨어 있지 않으면 잡을 수 없는 겸손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는 저 바다를 삼킨 성난 파도는 냉큼 푸른빛으로 출렁이네 삶이란 항구가 아니라 항해하는 것 우리가 사는 것은 지치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당신이 있었기에.. 허나 저리 파도는 은혜를 베푼 바다를 기억치 않는가 보라! 저 영겁의 포말은 항구에 다다른 적이 없듯이 파도는 날더러 이렇게 살다 저렇게 가라 하네

낭송 향연 2021.01.13

인생이란 - 임춘식(낭송-김정환)

인생이란 _임춘식(낭송_김정환),영상_개울 인생이란 - 임춘식 세월도 가고 사람도 가고 인생이란 낯선 주막에서 하룻밤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더라 내 기억에 담고 싶은 유독 향기 나는 꽃처럼 내가 내줬던 마음 내가 받았던 온정 지금 이 순간 스스로를 탓하지 않으리라 나이만큼 그리움이 온다 이 진실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그것 또한 지나가리라 하루가 지나면 하루만큼 절망이 쌓이면 더 이상 쌓아 둘 곳이 없더라 차고 넘치면 비우고 너에게 주어 나를 비우면 그 비운 만큼 결국 채워지더라 우리는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것인가 참으로 긴 여행에서 되돌아 온 것은 정녕 나이 뿐이더라 ※ 음악 : 노래여 노래여 - 김미숙 (김미숙 시낭독 제2집)

낭송 향연 2021.01.10

시낭송가를 위한 찬가 - 詩 양광모 (낭송 - 잎새예지)

잎새예지 시낭송-시낭송가를 위한 찬가-詩 양광모 시낭송가를 위한 찬가 - 양광모 천상의 날개 접어놓고 순결한 뜻 이루기 위해 잠시 사람들의 세상으로 내려온 이여 그대의 목소리는 백 가지 악기의 오케스트라보다 현란하고 그대의 눈빛은 천 년의 신비를 간직한 호수보다 맑으며 그대의 미소는 만송이 목련꽃보다 눈부시고 그대의 손짓은 영원속의 꿈결보다 부드럽도다 이 세상 어떤 가난한 영혼도 그대가 들려주는 시 귀에 닿는 날이면 그의 상처에서는 새 살이 돋아나고 그의 가슴에서는 사랑이 피어나며 그의 주먹에서는 용기 힘차게 솟아 오르네 시를 쓴다는 것은 슬픈 천형이지만 잠들어 있는 시에 생명 불어넣고 잠들어있는 영혼 불타오르게 하는 시의 여신, 그대 있으니 그 운명 어찌 이겨내지 않으며 그 슬픔 어찌 견뎌내지 않으며 ..

낭송 향연 2021.01.08

빛으로 가는 길 - 정군수

빛으로 가는 길_ 정군수(낭송_고순복_ 영상_개울) 빛으로 가는 길 - 정군수 허리가 두 동강 난 지구의 작은 나라 우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어머니가 남루처럼 가난을 입고 살던 나라 그 작은 영토의 골목에서 동이 트면 어둠을 쫓아내던 새벽 종소리 새벽 소리에 쫓겨 가던 어둠의 발자국들을 그대는 기억하는가 어깨에 쌓인 무거운 가난을 떨어내고 금빛 태양 떠오르는 아침을, 이제 부끄럼 씻어내고 울림으로 울림으로 바다로 가는 강물 강물의 끝이 아닌 바다 새만금의 통로가 열리는 바다 바다는 안으로 안으로 강물을 끌고 가 이 땅에 새 역사의 길을 열었다 알렉산더도 징기스칸도 아니 우리의 장보고도 꿈꾸지 못한 끝닿는 데를 모를 눈시울 뜨거워지는 땅 새만금으로 이어진 광막한 땅 깊은 숨 몰아쉬며 우리가 언제 이렇게 ..

낭송 향연 2021.01.02

가는 해 오는 해 길목에서 - 경한규 (낭송-홍성례)

가는 해 오는 해 길목에서 경한규 낭송 홍성례 가는 해 오는 해 길목에서 - 경한규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아쉬움과 작은 안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립니다 봄볕 같은 햇살에 땅 끝이 다시 파릇파릇 되살아나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고 투덜거리다가도 가던 길 멈추고 별빛 끌어내리면 이내 없는 이들의 가슴에 스미어 참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12월의 플랫폼에 들어서면 유난히 숫자 관념에 예민해집니다 이별의 연인처럼 22 23 24......31 자꾸만 달력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한 해 한 해 냉큼 나이만 꿀꺽 삼키는 것이 못내 죄스러운 탓이겠지요 하루하루 감사의 마음과 한 줌의 겸손만 챙겼더라도 이보다는 훨씬 어깨가 가벼웠을 텐데 말입니다 오는 해에는 이웃에게 건강과 함박웃음 한 바가지만 선물할 수 ..

낭송 향연 2020.12.31

겨울 숲에서 - 안도현 (낭송-김양경)

12월의 시, 겨울 숲에서 안도현, 낭송 김양경 겨울 숲에서 -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 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

낭송 향연 202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