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향연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낭송-조정숙), (낭송-김태근), (낭송-윤혜정), (낭송-고은하)

眞旗 언제나 2021. 1. 16. 18:00

모란이 피기까지는_김영랑  낭송_조정숙  (노래 Adagio - 아티스트 Secret Garden)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이 피기까지는 _ 시 _ 김영랑 _ 낭송 _ 김태근 

3.1운동, 임시정부수립 101주년 기념 [목숨보다 찬란한 시] 해방 - 시낭송편5 _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낭송시화] 모란이 피기까지는 - 포엠 _ 김영랑 _ 낭송 _ 고은하 _ 영상 _ 해송 김경태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은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은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1930년대 순수시파의 대표적 시인인 김영랑의 이 시는 시를 애송하는 현대인에게 현실 속에서 ‘희망’을 갖고 살아가게 하는 가치를 깨닫게 한다. 모란이 피면 나의 소망이 이루어지고, 모란이 졌을 때 그 소망이 무너져 삼백 예순 날을 슬퍼하더라도 나는 다시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겠다는 화자의 ‘모란’에 대한 애착과 집념은 눈물겨운 것이다.

쉽게 계획하고, 쉽게 좌절하며, 포기하는 듯한 오늘 우리의 현실 속의 인생들, 그 중에서도 특히 젊은이들에게 이 시는 많은 암시를 주는 듯하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모란’의 상징성이다.

꽃은 아름다움이요, 희망이요, 밝음이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고통과 좌절과 어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삶 자체가 어느 일면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다양한 모습과 성격을 지닌다. 유미주의 작가인 영랑은 ‘모란’에서, 그러한 사물의 속성을 통해 인간이 절망하고 시련에 빠질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발견해 냈을 것이다.

문학이 현실의 반영이라고 할 때, 일제 강점하에서 이 시가 쓰여졌다면, 암울하고 어두운 시대 상황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몸부림도 한편으로 느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