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Ⅲ 이근모 (낭송 최현숙 영상개울)
찔레꽃 Ⅲ - 이근모
돋아난 가시 오롯이 홀로 서서
한 서린 삭풍처럼 봄 햇살을 찌르는데
찌르는 가시, 가시 한 많은 설움이다.
찔레꽃 향기에서 어머니의 냄새가 났다.
봄 빛 아지랑이는 나를 유년으로 데려갔다.
추억은 샘물처럼 서러움을 퍼냈다.
오월 어느 날
나는 미역국을 대신한
된장 푼 보릿잎국을 마셨다.
찔레꽃 잎은 하얀 이밥이 되었다.
어머니는 훌쩍이는 아들을 보듬고
찔레꽃 가시 꺾어 따갑게 울었다.
산나물 캐러간 어머니는
큰 바윗덩어리 하나를 가져왔다.
허파를 갉아 자리 튼 바위
어머니는 찔레꽃이 좋아
찔레꽃 동산으로 갔다.
보리밭 이랑에서
종달새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었다.
어머니 저고리가 지붕위에서
찔레꽃처럼 하얗게 피고 있는 날이었다.
찔레꽃 피는 5월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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