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향연

고향의 들국화 - 문병란 (낭송-최도순)

眞旗 언제나 2020. 11. 6. 20:22

고향의 들국화   문병란 (낭송최도순)

고향의 들국화 - 문병란    
                   
고향의 들판 어느 구석에 
이맘 때쯤 
남몰래 피어나 있는 들국화를 
너는 알 것이다 
 
잡초 사이에 끼어 
자랑하지도 뽐내지도 않은 수지운 꽃 
혼자서도 외롭지 않는 
하나의 슬픈 사랑을 너는 알 것이다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독방, 
손바닥만한 하늘이 찾아오는 작은 옥창에 
풀벌레 울음소리 핏빛 한을 짤 때 
차가운 마룻바닥 위에 앉아 
눈감고 견디는 인내의 하루 
 
이맘 때쯤 
노을지는 고향의 들판 어느 구석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가녀린 숨결 
한떨기 작은 기다림을 
너는 알 것이다 
 
눈부시게 푸른 남도의 하늘 밑 
서러운 사연을 간직한 채 
그믐달빛 아래 쪼옥쪼옥  여위어 가는 
한떨기 고향의 슬픈 노래를 
너는 알 것이다 
 
아 진리는 무엇인가, 새삼 
마음속에 맴도는 하나의 이름을 안고 
벽 앞에 앉아 견디는 인고의 나날  
뜨거운 피가 원통해 
오늘도 긴 긴  하루 해 
옥창에 한숨 지우는 제자야 
 
너는 알 것이다, 서릿속 
날로 높아 가는 향기 머금고 
모질도록 참아 내는 
애타는 기다림으로, 왜 고향에 
작은 들국화가 피어 있는가를 
너는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