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들국화 문병란 (낭송최도순)
고향의 들국화 - 문병란
고향의 들판 어느 구석에
이맘 때쯤
남몰래 피어나 있는 들국화를
너는 알 것이다
잡초 사이에 끼어
자랑하지도 뽐내지도 않은 수지운 꽃
혼자서도 외롭지 않는
하나의 슬픈 사랑을 너는 알 것이다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독방,
손바닥만한 하늘이 찾아오는 작은 옥창에
풀벌레 울음소리 핏빛 한을 짤 때
차가운 마룻바닥 위에 앉아
눈감고 견디는 인내의 하루
이맘 때쯤
노을지는 고향의 들판 어느 구석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가녀린 숨결
한떨기 작은 기다림을
너는 알 것이다
눈부시게 푸른 남도의 하늘 밑
서러운 사연을 간직한 채
그믐달빛 아래 쪼옥쪼옥 여위어 가는
한떨기 고향의 슬픈 노래를
너는 알 것이다
아 진리는 무엇인가, 새삼
마음속에 맴도는 하나의 이름을 안고
벽 앞에 앉아 견디는 인고의 나날
뜨거운 피가 원통해
오늘도 긴 긴 하루 해
옥창에 한숨 지우는 제자야
너는 알 것이다, 서릿속
날로 높아 가는 향기 머금고
모질도록 참아 내는
애타는 기다림으로, 왜 고향에
작은 들국화가 피어 있는가를
너는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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