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잎새예지낭송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시/심순덕 낭송/잎새예지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깍을 수 조차 없이
닳고 문들어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덕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알았는데...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을 본 후로...
아...
엄마는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였습니다
[시낭송]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낭송 - Yuni Jeon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여름 뙤약볕을 머리에 인 채
호미 쥐고 온 종일 밭을 매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고된 일 끝에 찬 밥 한 덩이로 부뚜막에 걸터 앉아
끼니를 때워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꽁꽁 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해도
그래서 동상이 가실 날이 없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난 괜찮다 배부르다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더운 밥, 맛난 찬 그렇게 자식들 다 먹이고
숭늉으로 허기를 달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가 추위에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고
손톱이 깍을 수 조차 없게 닳아 문들어져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술 좋아하는 아버지가 허구헌날 주정을 하고
철부지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느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외할머니 사진을 손에 들고
소리죽여 우는 엄마를 보고도 그 눈물의 의미를
이 속없는 딸은 몰랐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낡은 액자 속 사진으로만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때 비로소...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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