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향연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잎새예지낭송 / 낭송-Yuni Jeon

眞旗 언제나 2020. 7. 7. 03:41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잎새예지낭송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시/심순덕  낭송/잎새예지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깍을 수 조차 없이 

닳고 문들어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덕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알았는데...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을 본 후로...  

 

아...

엄마는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였습니다

 

 

 

 

[시낭송]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낭송 - Yuni Jeon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여름 뙤약볕을 머리에 인 채

호미 쥐고 온 종일 밭을 매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고된 일 끝에 찬 밥 한 덩이로 부뚜막에 걸터 앉아

끼니를 때워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꽁꽁 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해도

그래서 동상이 가실 날이 없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난 괜찮다 배부르다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더운 밥, 맛난 찬 그렇게 자식들 다 먹이고

숭늉으로 허기를 달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가 추위에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고

손톱이 깍을 수 조차 없게 닳아 문들어져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술 좋아하는 아버지가 허구헌날 주정을 하고

철부지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느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외할머니 사진을 손에 들고

소리죽여 우는 엄마를 보고도 그 눈물의 의미를

이 속없는 딸은 몰랐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낡은 액자 속 사진으로만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때 비로소...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