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나래 213

간이역 - 황은경

간이역_ 황은경(영상_개울) 간이역 - 황은경 눈발이 거센 그 날도 얼어붙은 레일 위에 다가올 듯한 환영을 바라보다가 금세 포기하는 여인 하나 차가움에 질린 것인지 멀어짐에 질린 것인지 잊히는 건 모두 지우고 싶은 여인 하나 차라리 눈이 내리는 작은 간이역처럼 되새기는 시간도 흘러가는 시간도 올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모두 날려 보내고 모두 잊어주고 모든 기억을 눕혀 간이역 작은 기다림의 시간처럼 마음을 내려놓고 싶다 그대 기억은 조용히 간이역 작은 역에 두고 간다.

시의 나래 2021.01.07

겨울의 러브레터 - 藝香 도지현

겨울의 러브레터_ 藝香 도지현(영상_개울) 겨울의 러브레터 - 藝香 도지현 하얗게 눈 쌓인 언덕이 오늘따라 따사롭게 보이는 건 어젯밤 당신의 전화를 받아선지요 당신의 감미로운 목소리 그 여운으로 밤새 뒤척였는데도 피로의 흔적을 느낄 수 없네요 당신의 체취를 닮은 커피 향 이 아침 그 향취가 유난스레 짙은데 밤새 당신 생각에 젖었기 때문일까요 끝없이 펼쳐진 하얀 설원의 어느 연인의 다정한 모습에서 예전 당신과 나의 모습을 봅니다 오늘따라 더 그리워지는 맘 다시 저 설원을 걸어 보고 싶은 욕망 언제까지나 기다릴게요, 당신을……

시의 나래 2021.01.06

봉숭아꽃 - 매강 김미자

봉숭아꽃_ 매강 김미자(영상_개울) 봉숭아꽃 - 매강 김미자 하루가 다르게 자란 대문간 옆 봉숭아꽃, 붉은 꽃 주렁주렁 매달고서 오는 손님 반기고 가는 손님 배웅하더니 친정 나들이 온 언니에게 수줍은 듯 당당한 그 몸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시집살이 서러운 우리 언니, 뒤꼍 장독대로 가더니 봉숭아꽃 쌓아놓고 움켜잡은 돌멩이로 콕콕 찧으며 시집살이 설움과 가슴속의 한을 바순다. 언니는 몸 바쳐 희생한 봉숭아꽃을 열 개의 손톱에도 모자라 열 발가락에 나누어 넣고, 아주까리 잎으로 칭칭 감아 매고서 마루 끝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본다.

시의 나래 2020.12.19

가슴속의 계절 - 시혜 이승연

가슴속의 계절_ 시혜 이승연(영상_개울) 가슴속의 계절 - 시혜 이승연 푸른 나뭇잎과 따스한 태양 꽃을 피게 하여주니 괴로웠던 옛 고통 다 씻겨지네 따사로운 햇살 내 마음 적시워 행복하게 하리라 아! 푸른 초원 스치고 지나는 저 바람이여 나의 근심 걱정 모두 사라져 버렸네 사랑의 계절이여 너와 함께 내 님도 이곳에 머물렀으면.. 사랑의 이 계절에

시의 나래 2020.12.15

진정한 나로 살아라 - 白雲 손경훈

진정한 나로 살아라._ 白雲 손경훈(촬영_개울) Memories of the Alhambra - Francisco Tarrega 진정한 나로 살아라 - 白雲 손경훈 나는 의미 없이 던져진 조그만 조약돌 운명에 맡기고 던져진 곳마다 선택과 결단으로 나를 만든다 생은 어차피 대본 없는 배우요 삶은 텅 빈 무대의 주인공 다른 이를 따라 사는 광대가 되지 말고 별빛에 잠기는 호수의 그림을 그려라 한곳에 돌아도 깊이 박히는 나사가 되어 진정한 나로 살아라

시의 나래 2020.12.13

푸른 잎에 써보낸 가을 메시지 - 최명주

푸른 잎에 써보낸 가을 메시지_ 최명주(영상_개울) 푸른 잎에 써보낸 가을 메시지 - 成地 최명주 가을 색 완연한 들녘길에 서서 때 묻지 않은 사랑을 찾아볼 때면 으스름달밤에 뜨는 달님이 나를 지킨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몰라 아름드리나무 아래서 답을 찾노라면 어느 사이 짙은 가을 냄새가 풍겨오고 닫았던 마음의 창을 열어놓고 알록달록 천연의 색깔로 물들여 달빛 가득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본다 그리움 그것 한낱 호강인 것을.. 아픔 그딴 것 치유할 수 있었던 것을.. 사랑이 어느 날 달빛으로 나를 찾아오면 가을 그 언저리에 사랑을 가득 담아서 푸른 잎에 써보내고 싶은 가을 메시지는 나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써보내고 싶다

시의 나래 2020.12.10

가을 묵시록 - 청원 이명희

가을 묵시록 _ 청원 이명희 & photo by 우승술 가을 묵시록 - 청원 이명희 영성 (靈性)으로 물들여진 가을 길을 걷습니다 선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마다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겸손하게 하소서 자연의 넉넉함을 마음으로 품게 하시고 자아의 의미를 찾는 온유한 삶의 걸음 예전에 볼 수 없던 것 발견하게 하소서 시나브로 남루해진 낡은 일상 버리고 하루가 친근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도록 하소서 깊어진 고독들의 아픔까지 사랑하는 가난한 평화 속에 잠드는 사람 되어 비로소 눈이 뜨이는 길 걸어가게 하소서 음악 : Lincoln's Lament (링컨의 애가)/Michael Hoppe

시의 나래 2020.12.07

매화꽃비 - 여행작가 진영호

매화꽃비_ 여행작가 진영호 매화꽃비 - 여행작가 진영호 갈미봉 치마폭에 수놓은 듯 고운 꽃밭 백옥같은 매화꽃이 수나비를 희롱하네. 경칩 아이 개구리도 꽃 바람에 나와 놀고 눈꽃 같은 매화 꽃잎 꽃비 되어 흩날리네. 댕기 처녀 하얀 꽃잎 봄바람에 날리우니 꽃향기에 취한 총각 몸 가누지 못하여라. 돌담 아래 움츠렸던 붉은 꽃잎 홍매화는 스쳐 가는 바람결에 나비 되어 날아간다.

시의 나래 2020.12.01

민들레 홀씨 - 澐華 김정임

민들레 홀씨_ 澐華 김정임 (영상_개울) 민들레 홀씨 - 澐華 김정임 어떻게 왔나 연약한 민들레 홀씨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머나먼 곳에서 찾아왔네 고향이 그리워서 찾아왔나 임이 그리워서 날아왔나 모진 파도 속을 헤치고 비바람 속을 눈물로 왔네 고귀한 홀씨 하나 심었기에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차여도 후회도 하지 않고 원망도 없네 여름에 아름답게 노란 꽃을 피워 외로운 사람에게 꽃으로 행복을 주고 고달픈 사람에게 잎으로 웃음을 주네 서럽다 하지 않고 외롭다 하지 않고 다시 민들레 홀씨 되어 날아갔네 ※ 노래 : 작은 연인들 - 김씨네

시의 나래 202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