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나래

봉숭아꽃 - 매강 김미자

眞旗 언제나 2020. 12. 19. 16:14

봉숭아꽃_ 매강 김미자(영상_개울) 

봉숭아꽃 - 매강 김미자

 

하루가 다르게 자란 대문간 옆 봉숭아꽃,

붉은 꽃 주렁주렁 매달고서

오는 손님 반기고 가는 손님 배웅하더니

친정 나들이 온 언니에게 수줍은 듯

당당한 그 몸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시집살이 서러운 우리 언니,

뒤꼍 장독대로 가더니 봉숭아꽃 쌓아놓고

움켜잡은 돌멩이로 콕콕 찧으며

시집살이 설움과 가슴속의 한을 바순다.

 

언니는 몸 바쳐 희생한 봉숭아꽃을

열 개의 손톱에도 모자라

열 발가락에 나누어 넣고,

아주까리 잎으로 칭칭 감아 매고서

마루 끝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