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게네프 사거리 _ 이근모 (낭송_최미숙)
투르게네프 사거리 - 이근모
나는 투르게네프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다.
파란 불이 켜져도 차량 모두 정지한 채다.
초록색 신호등을 가로막고
방실방실 여유롭게 걸어가는 모습,
너무나 고고하다.
고고한 그 분, 이름 하여 똥개라는데
수많은 차를 좌지우지한다.
에쿠스 운전하다 멈춰선 신사
짜증을 뱉어 낸다.
마침 그곳에서 구걸하는 거지 한 분
멈춰선 차를 향해
「 100원만 주세요」
「 200원만 주세요」
구걸하는 돈의 액수가 차종에 따라 다르다.
짜증만 내는 운전자들 거지를 쳐다보지 않는다.
거지, 개한테 달려가 차도 밖으로 쫓아낸다.
거지가 오히려 운전자에게 적선한다
운전자들, 마후라 검은 연기 확 품어
거지에게 쏟아 붓고 붕붕 달려가 버린다.
그 사거리에 자동차 바퀴 흔적만 밀려들 뿐
아무도 없었다
투르게네프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는
출근길 아침...
나의 지갑에는 달랑 신용카드만 있었다.
깜빡이로 깜박깜박 그 거지에게 마음으로만 적선하고 떠났다.
그 거지 나의 깜박이는 마음을 보았을까?
*(러시아작가 투르게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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