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나래

[스크랩] 그리운 나의 신발들 / 신경림

眞旗 언제나 2017. 10. 16. 21:44

그리운 나의 신발들 / 신경림

50킬로도 채 안 되는 왜소한 체구를 싣고 꽤나 돌아다녔다, 나의 신발들 낯선 곳 낯익은 곳, 자갈길 진흙길 가리지 않고 떠나기도 하고 돌아오기도 하면서. 무언가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햐면서도 그것들이 닳고 해지면 나는 주저 않고 쓰레기 봉지에 담아 내다버렸다. 그 덕에 세상사는 문리를 터득했다 고마워하면서. 이제 와서 내다버린 그 신발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세상사는 문리를 터득한 것은 내가 아니고 그 신발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 신발들에 실려 다니기 이전보다 지금 나는 세상이 온통 더 아득하기만 하니까. 그래서 폐기물 처리장을 찾아가 어정거리는 것인데,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 내 헌 신발들과 함께 버려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사는 문리를 터득하고자 나섰던 꿈과 더불어!
출처 : 하늘땅 그리고 별
글쓴이 : 파란마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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