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향연

길 - 김기림 (낭송-조영희), (낭송-김윤아), (낭송-정영옥), (낭송-이지희)

眞旗 언제나 2021. 1. 26. 09:18

길_ 김기림  (낭송_조영희)

[윤아의 시테라피] 51회.길- 김기림  詩_ 낭송 김윤아 

길 -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혼자 때 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자주 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길 ㅣ 작시_김기림 ㅣ 낭송_정영옥 ㅣ제작_진진아트

길ㅣ 작시_김기림ㅣ낭송_이지희ㅣ제작_진진아트 

길 - 김기림

​​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 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까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언덕 길을 소재로 하여 지난 삶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과 실패한 첫사랑 등을 떠올리며 화자는 과거 삶에 대한 그리움과 눈물을 나타낸다.
길은 인간의 삶을 반영하는 소재이다. 이 시에서도 어머니는 길을 따라 돌아가셨고, 첫사랑의 여인도 길 위에서 만났다가 조약돌처럼 떠나간 것으로 드러나 있다. 여기서 화자는 강물을 찾아간다.

그런데 강물은 길과 마찬가지로 많은 것을 떠나보낸다. 계절이 흘러가고 그에 따라 나의 삶도 흘러간다.

이렇게 길은 강물과 함께 많은 것을 떠나보내는 존재이다.

이 작품의 화자는 떠나간 과거를 회상하여 그리움의 눈물을 짓고 있다. 마을 밖 버드나무 밑에서 화자는 과거를 추억한다. 버드나무는 마을에 오래 서 있으면서 사람들의 추억을 모두 잃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대상이 바로 버드나무인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길과 강물을 통해 과거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버드나무를 통해 추억을 떠올리고, 화자는 그런 추억을 회상하며 그리움과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