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향연

연가 - 정일근 (낭송/조정숙)

眞旗 언제나 2020. 3. 5. 16:31

연가 - 정일근  (낭송/조정숙)

연가 - 정일근 

 

허락하신다면. 사랑이여

그대 곁에 첨성대로 서고 싶네

입 없고 귀 없는 화강암 첨성대로 서서

아스라한 하늘 먼 별의 일까지

목측으로 환히 살폈던

신라 사람의 형형한 눈빛 하나만 살아

하루 스물 네 시간을, 일년 삼백 예순 닷세를

그대만 바라보고 싶네

 

사랑이란 그리운 사람의 눈 속으로 뜨는 별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밤하늘의 별이 되어

저마다의 눈물로 반짝이고

선덕 여왕을 사랑한 지귀의 순금 팔찌와

아사달을 그리워한 아사녀의 잃어버린 그림자가

서라벌의 밤하늘에 아름다운 별로 떠오르네

 

사람아 경주 남산 돌 속에 숨은 사랑아

우리 사랑의 작은 별도 하늘 한 귀퉁이 정으로 새겨

나는 그 별을 지키는 첨성대가 되고 싶네

밤이 오면 한 단 한 단 몸을 쌓아 하늘로 올라가

그대 고운 눈 곁에 누운 초승달로 떠 있다가

새벽이 오면 한 단 한 단 몸을 풀고 땅으로 내려와

그대 아픈 맨발을 씻어주는 맑은 이슬이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