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나래

호박 넝쿨 - 황학 임문석

眞旗 언제나 2021. 5. 16. 21:42

호박 넝쿨_ 황학 임문석(영상_개울) 

호박 넝쿨 - 황학 임문석

 

마구 퍼붓는 빗속에 초록 우산 줄줄이 받쳐가며

드문드문 백열등으로 길 밝히느라

지루한 장마철도 쉴 틈없는 생계 활동 여념 없구려!

 

나약한 몸으로 등산하듯 미래 향해 개척하려고

가로막는 장애물마다 일일이 자일을 걸며

끊임없이 타오르더니 이젠 태풍, 폭우도 걱정 없구려!

 

소낙비 흠뻑 젖은 머리칼 후줄근한 베적삼 속의

옹골진 가슴팍 늙어가는 호박 두 덩이

이젠 줄 리 없는 젖통이라고 무심한 게 불효였구려!

 

젊은 시절 억수같이 내리던 소낙비 속의 내 어머니

그 억척 고스란히 닮은 싱그런 호박넝쿨

세상살이 버거울 적에 널 보면 모정이 불끈 솟는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