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향연

십자가 - 윤동주 (낭송 최현숙)

眞旗 언제나 2020. 4. 30. 19:45

십자가  윤동주(낭송 최현숙)

십자가 -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敎會堂) 꼭대기

십자가(十字架)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鐘)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幸福)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十字架)가 허락(許諾)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