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샘물

[스크랩] 분재/이길원

眞旗 언제나 2017. 10. 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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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盆栽)

 

이길원

 

 

애초엔 등이 곧은 선비였다

가슴엔 푸르름을 키우고

높은 하늘로 고개를 든 선비였다

예리한 삽이 뿌리를 자르고

화분에 가두기까지

 

 

푸르름을 키우면 키울수록

가위질은 멈추질 않았다

등이라도 곧추세우려면

더욱 조여오는 철사 줄

십 년을 또 십 년을..

 

 

나는 꼽추가 되었다

가슴에 키우던 푸르름을

언뜻 꿈에서나 보는

등 굽은 꼽추가 되었다

 

 

☆ 5호선전철 종로3가역 스크린도어에서 옮김.

 

 

출처 : 竹岩 글마당
글쓴이 : 매봉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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