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향연

늙어가는 길 - 시 윤석구. 낭송 - 고은하 / 낭송 - 송주현

眞旗 언제나 2019. 7. 6. 21:23


[시낭송]늙어 가는 길 - 윤석구 (낭송-고은하)


좋은글 들려주는 여자 #14 [늙어가는 길 ] 시 윤석구. 낭송 - 송주현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가는 이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적 처음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길은 설렘으로
무서울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보면
혹시나 가슴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줄 알면서도
두리번 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않은 저녁 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싶습니다.